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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出)력, 책쓰기/바이시클 다이어리

면접에 자꾸 떨어지자 유럽과 자전거가 보였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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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접, 또 탈락.

술잔을 부으며 노래를 불렀다. 오늘로써 마흔 번째 탈,락,이다. 백 번은 떨어져봐야 한다는데, 아직도 예순 번이 남은 것일까? 대학을 졸업하고 늦은 입대를 한 '나'는 제대 3년 차 스물아홉이다.

서울의 4년제 상위권 대학에 입학하였을 땐 인생이 쉽게 풀릴 줄만 알았다. 학기마다 400만 원이 넘는 등록금을 낼 때도 아깝지 않았다. 하지만 지금 내 모습은 월 80만원을 받는 독서실 총무일 뿐이다.

늦은 8시 터벅터벅 걸어 아버지 회사 앞으로 가는데, 눈앞으로 몸에 착 달라붙는 빨간 슈트를 입은 채로 자전거 한 대가 빠르게 지나간다. 날렵하니 휙휙 소리를 내며 달리는 자전거. 내 힘으로 동네 한 바퀴를 처음 돌게 되었던 가슴 뿌듯한 어릴 적 생각이 떠올랐다. 보조바퀴를 처음 뗀 그 순간은 아직도 기억이 선명하다.


"자전거로 여행이란 걸 처음 해본 게 아마 열두 살 때였나?"


가방을 둘러메고 옆 동네까지, 그리고 다시 그 옆 동네의 옆 동네까지 달렸던 그때의 긴장감은 지금도 아랫배가 살살거릴 만큼 생생하다. 나는 그 나이 또래 남자 아이들처럼 자전거를 타며 세상에 대한 자신감을 처음 배웠었다. 갑자기 자전거가 미친 듯이 타고 싶었다. 집으로 오는 길에 나도 저들처럼 신나게 달리고 싶다는 생각이 마구 들었다. 자전거는 잃어버린 스무 살의 자신감, 그리고 스무 살의 열정을 쏙 빼 닮았다.


"인생이 뭐 이렇게 지루하냐 젠장.

자전거 타고 여행을 다니던

그때가 좋았는데…."


그땐 몰랐다. 이 한 마디가 나를 유럽으로 가게 할 줄은 말이다.

...(중략)...